Speed Racer

한줄 감상
-어른들을 타겟으로 한 애들영화인가 애들 보라고 만든 어른 영화인가?


 이제 나이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미국인 형 하나가 스피드 레이서를 정말 보고 싶다고 추억에 젖은 눈으로 내게 말했다. 영화를 봤다는 나에게 영화가 만화 처럼 재미있냐 묻던 형은 나의 나이를 떠올리곤 괜한 질문을 했다는 표정으로 혼자만의 회상에 빠져들었다. 한국에서도 그랬겠지만 미국에서도 스피드 레이서는 이 형의 어린 시절에 자리잡은 것 처럼 즐거운 기억 중의 하나인 듯 했다. 하지만 그런 형에게 나는 영화가 정말 재밌으니 꼭 가서 보고 오라는 소리를 차마 할 수 없었다. 내가 만화를 보지 못한 탓도 있지만 영화 자체도 그리 썩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고 스피드 레이서를 방영하는 티비 앞으로 달려갔던 지금의 어른들에게도, 헤일로3와 GTA4에 열광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영화 스피드 레이서는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전혀 다른 두개의 관객층이라는 토끼 두마리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그 어느 한쪽에게도 어필 할 수 있는 작품이 되지 못한 까닭이다.
 스피드 레이서는 어린이 영화다. 현란하고 유치한 색들로 영화를 도배하고, 시종일관 디즈니 채널에서나 볼 듯한 상황들을 그려내며 유치 찬란한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데 왠지 매끄럽지 못하다.  현란한 색감들은 어른에게 조차 부담이 될 정도로 강렬해 극장안의 어린 아이들의 울음보를 터뜨린다. 디즈니 채널 꽁트들은 스토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여기 저기 튀어 나온 못 처럼 걸리적 거린다.
 그런가 하면 스피드 레이서는 또한 어른들의 향수를 불어 일으켜야 할 영화였다. 가장 볼만 한 영화의 오프닝은 만화 스피드 레이서를 보고 자란 이들에겐 영화표값이 아깝지 않을 멋진 장면인 듯 하다. 하지만 오프닝이 지난 후에도 영화가 계속해서 지난날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지는 의문이다. 아이들에게도 잘 먹혀들지 않은 화려한 색감은 어른들에게 또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어른들의 입가에 미소라도 걸리게 할 만한 개그씬은 찾기 힘들다. 보면서도 멍청하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 뿐이다. 과거에의 애잔한 향수가 현실의 찝찝한 유치함이 되어 찾아온 것이다.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한 덕분에 영화는 박스오피스 3위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2억불이 넘게 들은 제작및 홍보 비용을 회수하기에도 벅찬 흥행성적이다. 물론 미국에서 애들 방학이 시작하기도 전에 개봉을 했다는 악재도 있었다. 이번주말 쯤 개봉을 했으면 쿵푸판다와 월E의 기대감에 힘입어 어느 정도 봐줄만한 성적을 올렸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절대로 만족할 만한 흥행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피드 레이서는 매트릭스3 처럼 어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오마쥬로 가득찬 영화가 될 수 도 있었고, 스파이 키드처럼 아이들의 시선에 완벽히 들어맞는 영화가 되었을 수 도 있었다. 하지만 워쇼스키 형제는 욕심을 너무 낸 나머지 어른과 아이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 했고 결과는 슈렉2가 아닌 스피드 레이서가 되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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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수 | 2008/06/20 13:44 | -영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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