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2월 06일
블루 크랩(Blue Crab)을 아시나요~~
때는 바야흐로 몇년 전인가... 군대도 가기 전이었던 그나마 조금 덜 늙어보였었던 저는 친구들 몇명과 미국 동부를 가로 지르는 별로 역사적이지는 않았던 여행을 하게 됩니다. 뉴욕-보스턴-버팔로(나이아가라폭포)-버지니아(루레이동굴)-워싱턴을 돌아 다시 뉴욕에 이르는 장장 2100마일에 이르는 일단은 대장정이었습니다만 이 실속없는 여정은 별로 중요한게 아니고, 워싱턴 DC의 관광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오기 전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가 정말로 바다속에 빠져버릴 뻔 한 이야기가 오늘의 주제가 되겠습니다.
보통 동부 여행 하면, 위에서 짚은 웨이 포인트들을 찍으며 돌아다니는게 정석입니다. 이런 정석에 알바니라던가, 버지니아 비치 라던가 필라델피아 라던가, 아틀란틱 시티라던가 하는 크고 작은 포인트들이 추가 될 수 있지만 거의 무조건 배제되어 사람들이 자동차로 지나갔다는 사실조차도 감지하게 않게 되는 가슴아픈 주(state)가 있는데요. 바로 델라웨어주 입니다. 워싱턴 디씨의 동쪽 메릴랜드 주와 펜실바니아주 사이에 생뚱맡게 끼어있는 작은 반도의 절반에 걸쳐있는 작은 주가 바로 델라웨어죠. 바로 근처에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라는 대도시가 자리잡고 있는데도 농지가 대부분에, 인구밀도 또한 한없이 낮은 곳인데요. 덕분에 물가도 너무나도 낮아서 뉴욕에서 8불에 담배 한갑을 사고 남쪽을 향해 달리던 운전자가 담배가 떨어져 들른 주유소에서 담배를 사니 4불도 안하더라, 이곳이 천국이요 물어보니 주유소 직원이 이곳이 바로 델라웨어라 대답했다는 안 믿으셔도 되는 전설도 존재합니다.
하여간에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상 워싱턴,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뉴욕으로 이어지는 대도시 라인과 도시들을 잇는 고속로도망에서 간발의 차로 빗겨나가는 덕에 델라웨어의 도시들은 완전 듣보잡이 되고 말았습니다. 딱히 유명한 볼거리도 없기에 여행자들이 애써 찾아갈 만한 곳 도 아니구요. 그런 하찮음을 무릎쓰고 저의 일행들은 여행 중 델라웨어를 찾게 되었는데요. 일행중에 델라웨어에서 태어난 친구가 있어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태어나기만 하고 자라기는 다른곳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갓난뱅이 시절을 보냈던 곳을 한번 찾아보고 싶은 법 아니겠습니까. 저희들은 그 친구가 태어난 델라웨어의 어느 동네에 가서 그 친구가 추억에 잠기는 걸 감상하게 되었고, 친구의 부모님께 생가에 도착했다 보고를 드린 순간 저희들은 새로운 미션을 하달 받았습니다. -델라웨어에는 블루크랩이란게 있는데 무척 맛있으니 꼭 먹어보고 올 것!
아무도 몰랐습니다. 블루 크랩이 무언지. 이름이 블루 크랩이니 파란색 나는 게일 거라는 건 알았습니다. 파란색 게라니! 이름만 들어도 신기했지요. 친구의 부모님께서 꼭 먹고오라 추천을 하셨으니 맛도 있겠지요. 딱히 델라웨어에서 할일도 없었기에 블루 크랩을 먹자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문제는 블루 크랩을 어디서 파느냐 였지요. 일단 근처의 큰 동네 시내로 나가보았습니다. 여러 레스토랑들이 줄줄히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crab만을 팔 뿐 Blue Crab을 판다는 간판은 찾을 수 가 없었습니다. 시내에 나가면 즐비하다는 친구 부모님의 말씀이 무색하게 십년이 넘은 델라웨어엔 강산이 변하는 동안 블루 크랩이 씨가 마른 듯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어찌하면 블루 크랩을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해보던 저희는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 우리들이 지금 델라웨어 북쪽에 있으니까. 블루 크랩이 델라웨어 특산물이면 남쪽의 주도 근처에 가면 확실히 찾을 수 있을거야." 그래서 저희들은 남하를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사실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한국도 왜 해안도로 따라가면 횟집들 열라 많잖아. 델라웨어도 해안도로 따라 내려가면 가는 중에 레스토랑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희들은 델라웨어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주도인 도버까지 주욱 이어지는 1번 국도를 포기하고, 대서양변을 따라 뻗어있다고 생각했던 9번 지방도를 타게 됩니다. 블루 크랩 간판이 붙은 레스토랑을 찾아 눈에 불을 켜고 9번 도로에 들어섰을 때 해는 이미 져버리고 삭막한 어둠이 도로 왼편의 대서양을 집어 삼켰습니다. 어둠이 점점 깊어지고, 9번 지방도 안쪽으로 점점 깊숙히 잠입함에 따라 레스토랑의 흔적은 찾을 길 도 없이 인가조차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저희들을 무성한 갈대숲 사이로 황량하게 뻗어있는 길을 어둠속에서 홀로 달리고 있었지요. 그 순간
"첨벙!"
급격히 속력을 줄였지만 그래도 꽤나 빠른 속도로 자동차가 앞바퀴가 물살을 헤집었습니다. 길 일부분이 침수되서 유실되었어!!! 밀물인건지, 길이 무너진건지 알 수 는 없지만 구불구불 이어지던 길 위로 바닷물이 흥건하게 올라와 있었습니다. 자칫 잘못했으면 엔진에까지 물이 찰 수 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지요. 레스토랑은 커녕 인가조차 없는 이 지방도는 계속해서 이런식으로 이어졌고,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코너를 돌 때마다 바퀴 깊숙이 물이 차오르는 웅덩이가 여기 저기 널려있는 이 열악한 도로 위를 달리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어차피 레스토랑을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었기에 저희들은 9번 지방도를 포기하고 널찍하게 뚤린 1번 국도를 타고 도버까지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버에서도, 다음날 아침 뉴욕으로 돌아가기 위해 델라웨어를 북상하는 동안에도 블루 크랩을 파는 레스토랑은 찾을 수 없었고 블루 크랩의 정체는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수개월 후 여행을 마치고 멤버들은 뿔뿔히 흩어져 방학을 즐기고 있었고, 한국에 있던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던 다른 여행 멤버로부터 메일을 받게 됩니다. 편지엔 로스 엔젤레스에서 블루 크랩을 먹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델라웨어 특산 블루 크랩을 정 반대편인 캘리포니아에서 먹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 하지만 궁금증을 채 음미하기도 전에 이어진 내용은 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델라웨어에는 Blue Crab을 그냥 Crab이라고 쓰기 때문에 게를 파는 레스토랑 아무 곳에나 들어 갔어도 상관이 없었다는 사실을 친구놈은 자신은 이제 블루 크랩을 먹었다는 사실에 만족해 심드렁하게 써내려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암흑과 바닷물에 잠긴 도로 위를 달리며 언제 옆으로 빠질 지 몰라 조마조마했었던 기억이 생각났던 저는 그 사실을 애써 잊기 위해 메일을 닫았고, 블루 크랩의 악몽은 몇년간 저를 따라다니며 악몽의 소재가 되곤 했습니다.
몇년 후 군에서 제대하고 어쩌다 보니 미국 동부의 조지아주에 떨어지게 된 저는 어느날 아무 생각 없이 찾은 한인 마트에서 몇년 전의 악몽과 잔인한 조우를 하게 됩니다. 마트의 수산물 매장에는 블루 크랩 특가 파운드당 얼마 사인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고 그 밑의 스테인레스 박스 안에는 살아있는 게들이 무더기로 모여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몇년 만에 그동안 저를 괴롭혀 왔던 블루 크랩이라는 게의 진정한 아이덴티티를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한발 한발 게들이 아우성치는 디스플레이 안으로 다가갔고 제 머리 속에서, 킹 크랩보다도, 소프트쉘 크랩 보다도, 머드 크랩보다도, 영덕 대게 보다도 더 유니크하고 럭셔리며, 졸라게 어려운 게임 끝판왕 같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버린, 블루 크랩의 모습이 조금씩 선명해져 갔습니다.
사진

그러니까 한마디로 꽃게

Crab 이었던 거죠.
보통 동부 여행 하면, 위에서 짚은 웨이 포인트들을 찍으며 돌아다니는게 정석입니다. 이런 정석에 알바니라던가, 버지니아 비치 라던가 필라델피아 라던가, 아틀란틱 시티라던가 하는 크고 작은 포인트들이 추가 될 수 있지만 거의 무조건 배제되어 사람들이 자동차로 지나갔다는 사실조차도 감지하게 않게 되는 가슴아픈 주(state)가 있는데요. 바로 델라웨어주 입니다. 워싱턴 디씨의 동쪽 메릴랜드 주와 펜실바니아주 사이에 생뚱맡게 끼어있는 작은 반도의 절반에 걸쳐있는 작은 주가 바로 델라웨어죠. 바로 근처에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라는 대도시가 자리잡고 있는데도 농지가 대부분에, 인구밀도 또한 한없이 낮은 곳인데요. 덕분에 물가도 너무나도 낮아서 뉴욕에서 8불에 담배 한갑을 사고 남쪽을 향해 달리던 운전자가 담배가 떨어져 들른 주유소에서 담배를 사니 4불도 안하더라, 이곳이 천국이요 물어보니 주유소 직원이 이곳이 바로 델라웨어라 대답했다는 안 믿으셔도 되는 전설도 존재합니다.
하여간에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상 워싱턴,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뉴욕으로 이어지는 대도시 라인과 도시들을 잇는 고속로도망에서 간발의 차로 빗겨나가는 덕에 델라웨어의 도시들은 완전 듣보잡이 되고 말았습니다. 딱히 유명한 볼거리도 없기에 여행자들이 애써 찾아갈 만한 곳 도 아니구요. 그런 하찮음을 무릎쓰고 저의 일행들은 여행 중 델라웨어를 찾게 되었는데요. 일행중에 델라웨어에서 태어난 친구가 있어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태어나기만 하고 자라기는 다른곳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갓난뱅이 시절을 보냈던 곳을 한번 찾아보고 싶은 법 아니겠습니까. 저희들은 그 친구가 태어난 델라웨어의 어느 동네에 가서 그 친구가 추억에 잠기는 걸 감상하게 되었고, 친구의 부모님께 생가에 도착했다 보고를 드린 순간 저희들은 새로운 미션을 하달 받았습니다. -델라웨어에는 블루크랩이란게 있는데 무척 맛있으니 꼭 먹어보고 올 것!
아무도 몰랐습니다. 블루 크랩이 무언지. 이름이 블루 크랩이니 파란색 나는 게일 거라는 건 알았습니다. 파란색 게라니! 이름만 들어도 신기했지요. 친구의 부모님께서 꼭 먹고오라 추천을 하셨으니 맛도 있겠지요. 딱히 델라웨어에서 할일도 없었기에 블루 크랩을 먹자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문제는 블루 크랩을 어디서 파느냐 였지요. 일단 근처의 큰 동네 시내로 나가보았습니다. 여러 레스토랑들이 줄줄히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crab만을 팔 뿐 Blue Crab을 판다는 간판은 찾을 수 가 없었습니다. 시내에 나가면 즐비하다는 친구 부모님의 말씀이 무색하게 십년이 넘은 델라웨어엔 강산이 변하는 동안 블루 크랩이 씨가 마른 듯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어찌하면 블루 크랩을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해보던 저희는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 우리들이 지금 델라웨어 북쪽에 있으니까. 블루 크랩이 델라웨어 특산물이면 남쪽의 주도 근처에 가면 확실히 찾을 수 있을거야." 그래서 저희들은 남하를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사실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한국도 왜 해안도로 따라가면 횟집들 열라 많잖아. 델라웨어도 해안도로 따라 내려가면 가는 중에 레스토랑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희들은 델라웨어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주도인 도버까지 주욱 이어지는 1번 국도를 포기하고, 대서양변을 따라 뻗어있다고 생각했던 9번 지방도를 타게 됩니다. 블루 크랩 간판이 붙은 레스토랑을 찾아 눈에 불을 켜고 9번 도로에 들어섰을 때 해는 이미 져버리고 삭막한 어둠이 도로 왼편의 대서양을 집어 삼켰습니다. 어둠이 점점 깊어지고, 9번 지방도 안쪽으로 점점 깊숙히 잠입함에 따라 레스토랑의 흔적은 찾을 길 도 없이 인가조차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저희들을 무성한 갈대숲 사이로 황량하게 뻗어있는 길을 어둠속에서 홀로 달리고 있었지요. 그 순간
"첨벙!"
급격히 속력을 줄였지만 그래도 꽤나 빠른 속도로 자동차가 앞바퀴가 물살을 헤집었습니다. 길 일부분이 침수되서 유실되었어!!! 밀물인건지, 길이 무너진건지 알 수 는 없지만 구불구불 이어지던 길 위로 바닷물이 흥건하게 올라와 있었습니다. 자칫 잘못했으면 엔진에까지 물이 찰 수 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지요. 레스토랑은 커녕 인가조차 없는 이 지방도는 계속해서 이런식으로 이어졌고,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코너를 돌 때마다 바퀴 깊숙이 물이 차오르는 웅덩이가 여기 저기 널려있는 이 열악한 도로 위를 달리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어차피 레스토랑을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었기에 저희들은 9번 지방도를 포기하고 널찍하게 뚤린 1번 국도를 타고 도버까지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버에서도, 다음날 아침 뉴욕으로 돌아가기 위해 델라웨어를 북상하는 동안에도 블루 크랩을 파는 레스토랑은 찾을 수 없었고 블루 크랩의 정체는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수개월 후 여행을 마치고 멤버들은 뿔뿔히 흩어져 방학을 즐기고 있었고, 한국에 있던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던 다른 여행 멤버로부터 메일을 받게 됩니다. 편지엔 로스 엔젤레스에서 블루 크랩을 먹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델라웨어 특산 블루 크랩을 정 반대편인 캘리포니아에서 먹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 하지만 궁금증을 채 음미하기도 전에 이어진 내용은 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델라웨어에는 Blue Crab을 그냥 Crab이라고 쓰기 때문에 게를 파는 레스토랑 아무 곳에나 들어 갔어도 상관이 없었다는 사실을 친구놈은 자신은 이제 블루 크랩을 먹었다는 사실에 만족해 심드렁하게 써내려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암흑과 바닷물에 잠긴 도로 위를 달리며 언제 옆으로 빠질 지 몰라 조마조마했었던 기억이 생각났던 저는 그 사실을 애써 잊기 위해 메일을 닫았고, 블루 크랩의 악몽은 몇년간 저를 따라다니며 악몽의 소재가 되곤 했습니다.
몇년 후 군에서 제대하고 어쩌다 보니 미국 동부의 조지아주에 떨어지게 된 저는 어느날 아무 생각 없이 찾은 한인 마트에서 몇년 전의 악몽과 잔인한 조우를 하게 됩니다. 마트의 수산물 매장에는 블루 크랩 특가 파운드당 얼마 사인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고 그 밑의 스테인레스 박스 안에는 살아있는 게들이 무더기로 모여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몇년 만에 그동안 저를 괴롭혀 왔던 블루 크랩이라는 게의 진정한 아이덴티티를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한발 한발 게들이 아우성치는 디스플레이 안으로 다가갔고 제 머리 속에서, 킹 크랩보다도, 소프트쉘 크랩 보다도, 머드 크랩보다도, 영덕 대게 보다도 더 유니크하고 럭셔리며, 졸라게 어려운 게임 끝판왕 같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버린, 블루 크랩의 모습이 조금씩 선명해져 갔습니다.
사진

그러니까 한마디로 꽃게

Crab 이었던 거죠.
# by | 2010/02/06 13:55 | -음식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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