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 에일을 처음 먹어 봤던게 아마도 십몇년 전에 미국에 처음 가면서였을 겁니다. 대충 그런게 있다는건 알고는 있었는데 생강맛 음료라니! 절대로 맛이 없을 것 같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었거든요. 그런데 엘에이로 향하는 비행기의 기내 서비스 시간, 무엇을 마실까 열심히 고민하면서 승무원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 앞줄에 앉은 어떤 사람이 진저 에일을 주문하는 겁니다. 그 순간 마법에 걸린 것 처럼 진저 에일을 먹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용솟음 쳤고 생애 처음으로 진저 에일을 맛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마시자 마자 머리 위로 종이 뎅뎅 울리고 비둘기가 무지개 위로 날아다니는 풍경이 그려졌다거나 하는 것도 없이 아 그냥 이런 맛이구나 생강 맛 별로 안나네 했을 뿐 별다른 감흥은 들지 않았습니다. 미국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딱히 진저 에일을 접할 기회도 없어서 그 후 로 몇년 간 진저 에일은 국제선 비행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식 같은게 되고 말았었습니다. 미국에 온 이후에도 딱히 진저에일을 구비해 놓은 패스트푸드점 같은곳도 없고, 콜라나 마운틴 듀 처럼 찾기 쉬운 곳에 대량으로 쌓아놓고 파는 음료도 아니기에 위스키에 섞어 마실때나 찾아 마시는 음료가 되고 말았지요.
진저에일에 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으로 몇년 전 주머니 사정이 각박해지고, 그와 더불어 역류하는 위산을 더 이상 제어할 수 없어 카페인을 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때였습니다. 집안에 사두고 가끔 마시던 콜라를 대체할 뭔가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슴 한켠에 담아두고 쇼핑을 하던 차에 낯 익은 병 디자인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태평양 상공의 지루한 밤을 달래주던 국제선 비행의 친구 캐나다 드라이 진저에일이었지요. 특히 세일중이라 2리터 들이 큰 병이 한개에 1불!! 알고보니 진저에일이 슈왑, 세그람, 캐나나 드라이 세 브랜드가 제일 유명한데 마트에서는 보통 이 세가지를 돌아가면서 병당 1불에서 1.5불에 세일해서 팔고 있더라구요. 싼 맛에 사서 마시다 보니 왠지 이걸 왜 진작에 안 찾아 마셨나 싶을 정도로 입에도 맞고, 카페인도 없어서 저녁 식사 후에 한잔 마시기에도 부담도 없더라구요.
그런데 가족들 모두가 그렇게 진저 에일에 빠져 버려서 2리터들이 병 네병을 사놓아도 며칠 못가 동이 나버리는 사태가 일어나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또 채운다고 마트에서 진저 에일을 사는 횟수가 증가하다 보니까 아무리 세일을 해도 부담이 될 정도가 되어 버렸죠. 그래서 진저 에일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리터, 대충 반 갤론 들이 만드는데 필요한 것들은
2리터 용량들이 통, 저는 먹고 남은 진저 에일 페트병을 깨끗히 씻어서 그대로 썼습니다.
설탕이 계량컵으로 한컵, 무게로 따지면 대충 200~210g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페트병 뒤에 적혀있는 설탕의 양을 확인해 보니 비슷하게 들어가더라구요. 좀 드라이 하게 만들고 싶다면 설탕의 양을 좀 더 줄이면 되겠다 싶습니다.
이스트가 1/4 티스푼, 그냥 마트에서 파는 제빵용 이스트를 썼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대부분의 레시피에서 2테이블 스푼이라고 나와있는데요. 실제로 만들어 보니까 강판에 갈아서 넣을 경우에는 2 테이블 스푼은 너무 많은 건지 진저에일이 맵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강판에 갈아서 넣을 경우에는 테이블 스푼 한개 혹은 한개 반 정도가 적당한 것 같고, 저는 그냥 테이블 스푼 두개 분량을 잘 다져서 넣었습니다. 이쪽이 오히려 생각 향만 우러 나와서 더 괜찮은 것 같기도 해서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몬 한개분의 레몬즙이 있으면 좋습니다. 레몬즙은 진저에일의 산도를 산성으로 유지해서 다른 잡균의 번식을 막고, 산성을 좋아하는 효모가 좀 더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네요.
깔때기를 이용해서 재료들을 모두 넣은 후에 물을 넣고 설탕이 잘 녹도록 몇번 흔들어 준 후에 병을 밀봉하고
집안 어딘가 서늘한 곳에 놓아두면 발효가 시작되면서 보글보글 방울들이 올라오는게 보입니다. 병을 닫아 두어 갈곳 없는 이산화 탄소 방울들은 다시 액체 속으로 녹아들기 시작하고 그렇게 탄산음료로 변해 갑니다.
그렇게 하루에서 이틀정도 두어서 병이 손으로 쥐어서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딴딴하게 부풀어 올랐으면 냉장고에 집어 넣어 하룻 밤 정도 차게 식힙니다. 그럼 이스트 균들이 활동을 멈추고 병의 밑으로 가라앉는다고 하네요.
생강을 씹기는 좀 그러니 체로 잘 걸러내서 잔에 따르면
진저에일 완성!~
사먹는 진저에일처럼 생강맛이 있는 둥 마는 둥 뭔가 미묘한 그런 맛이 아니라 확실하게 이건 생강 넣었구나나 알 수 있는 진저에일입니다. 그리고 장점일 수 도 단점일 수 도 있는 부분 하나는 탄산이 강하지 않다는 것. 잔에 따르면 녹아있던 탄산들이 방울 방울 올라오는게 보이는데 그게 전부입니다. 보통의 탄산음료처럼 한번쯤 살짝 흔들어 줘도 탄산맛을 느낄 수 있는, 그냥 마시면 따가워서 아플때도 있는 그런 느낌은 바랄 수 가 없지요. 탄산을 싫어하시는 어머니꼐서는 좋아하셨습지만 저는 김빠진 콜라 같아서 살짝 불만족.
그리고 이스트 냄새라고 알고 있는 꾸리꾸리한 냄새가 있어서 병을 열거나 할 때 약간 불쾌할 때 가 있습니다. 이 냄새는 이스트가 발효를 다 끝내거나, 아니면 바닥에 가라앉힌 뒤 위에 액체만 건져내면 된다고 알고 있는데 번거로운 방법들이라 좀 더 효과적으로 효모냄새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지금도 구글신께 여쭙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
일단 2리터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가 그리 많지 않아서 병당 1불 이하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은 났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가족들이 요구하는 진저에일의 수요를 감당해 내려면 가내수공업 진저에일 공장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고, 몇전 아끼자고 집에서 매일 진저 에일을 찍어 내는 것 보다는 그냥 마트에 가서 1불에 들고 오는게 훨씬 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야 홈메이드 진저 에일은 몇년 전 제가 태평양 상공에서 별미로 마시던 공장제 진저에일이 그랬듯 가끔씩 만들어 먹는 별미로 남겨두자고 결론 짓게 되었네요.